방출 설움 딛고 '커리어 하이'…김현수는 떠났지만, LG엔 '진짜 영웅'이 남아있다
두 번의 통합 우승으로 2020년대 왕조의 서막을 연 LG 트윈스가 스토브리그의 굵직한 과제들을 하나둘씩 마무리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향후 FA 자격을 얻을 내부 자원들을 고려했을 때 외부 FA 영입은 일찌감치 접었고, 집토끼 단속에 집중했다. 결과는 1승 1패. 외야의 핵심 박해민을 4년 65억 원에 붙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타선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현수는 3년 50억 원에 kt 위즈로 떠나보내야 했다. 이제 팬들과 구단의 시선은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다음 협상 테이블로 향한다. 바로 불혹의 필승조 투수, 김진성의 시간이다.스스로 농담처럼 "이제 나의 시간"이라고 말하며 스토브리그를 기대했던 그의 발언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지난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에서 팀 동료 박해민은 "진성이 형이 '이제 나의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며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잠시 당황하며 동공이 흔들리던 김진성은 이내 "단장님과 마주쳐서 '저는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봤더니, '해민이, 현수 다음에 너 아니겠느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이제 나의 시간이라고 한 것"이라며 재치있게 답했다. 이는 그의 연봉 협상이 팀의 주요 FA 계약 이후에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구단 역시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진성이 '자신의 시간'을 당당하게 외칠 자격은 차고 넘친다. 그의 야구 인생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와 같기 때문이다. 2022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으며 은퇴 기로에 섰던 그는,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직접 여러 구단에 전화를 돌려 테스트 기회를 간청했다. 그렇게 어렵게 LG 트윈스에 둥지를 튼 그는 그야말로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1985년생, 팀 내 최고참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이적 첫해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팀 내 최다 등판 투수 타이틀을 한 번도 놓치지 않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특히 주자가 쌓인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LG 벤치가 가장 먼저 찾고, 가장 굳게 신뢰하는 구원 투수가 바로 김진성이었다.
방출의 설움을 딛고 일어선 베테랑은 기량마저 전성기를 맞았다. 스스로 "타자와 싸울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은퇴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그는, 만 40세의 나이에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33홀드)을 경신하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벼랑 끝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기회를 쟁취했고, 묵묵한 노력과 압도적인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 것이다. 올해 3억 3천만 원의 연봉을 받은 그가 과연 다가오는 시즌에는 얼마의 대우를 받게 될지, 그리고 내년 시즌 후 다시 얻게 될 FA 자격으로는 어떤 평가를 받으며 화려한 커리어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지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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