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대장정 시작..청주공예비엔날레 역대급 스케일 폭발

 올해로 14회를 맞은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세상 짓기(Re\_Crafting Tomorrow)’라는 주제로 9월 4일부터 11월 2일까지 청주시 청원구 문화제조창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며, 16개국 140명의 작가가 참여해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약 80%가 신작으로 구성되어 현대 공예가 지닌 가능성과 변화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강재영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의 기획 배경에 대해 “마크 트웨인이 경고한 ‘불필요한 필수품을 한없이 찍어내는’ 현대문명에 대해 공예가 어떤 응답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는 단순한 공예 작품의 나열을 넘어, 공예가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새로운 해법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장이 된다.

 

전시의 핵심은 ‘짓다’라는 행위에 담긴 창조적 힘을 재발견하는 데 있다. 도자, 금속, 목칠, 섬유, 유리 등 다양한 재료와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공예가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설계도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에 따라 관람객들은 전통과 현대, 자연과 기술이 어우러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공예의 새로운 면모를 경험할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특히 주목받는 작품 중 하나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출신 밀랍 조각가 모나 오렌의 ‘연잎 시리즈’다. 모나 오렌은 청주에 한 달 넘게 머물며 한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밀랍 재료를 활용해 신작을 완성했다. 그는 “밀랍 특유의 빛과 투명성, 시간성을 작품에 온전히 담아내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에 참여한 고소미 작가의 신작도 주목받는다. 고 작가는 전통 한지를 손으로 자르고 꼬아 실로 만드는 ‘소미사’ 기법을 사용해, 전통과 동시대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공예 언어를 선보인다. 그는 “공예를 통한 공동체 연대와 지식 체계의 확장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번 작업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 외에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의 특별전, 71개국이 참가하는 청주국제공예공모전, 태국의 전통 공예를 소개하는 초대국가전, 키르기즈 공적개발원조(ODA) 성과전 등 다양한 부대 행사와 전시가 펼쳐진다. 이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문화와 공예 전통이 교류하고 융합하는 장이 마련된다.

 

전시는 전시관을 넘어 서울까지 무대를 넓혀 국제공예포럼도 함께 진행된다. 9월 3일 개막 전야부터 국내외 작가와 전문가들이 모여 ‘세상 짓기’라는 주제로 공예의 역할과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11명의 작가가 20장의 슬라이드로 공예 철학을 소개하는 ‘페차쿠차’ 형식의 발표를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콜로키움 형태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이어서 ‘키아프·프리즈 서울’ 전시장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다양한 예술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첫 개최 이후 격년으로 진행되며 26년간 한국 공예계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로컬100’ 선정사업에도 포함되어 지역문화 활성화와 전국 문화매력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는 11월 2일까지 개최되며, 성인 관람료는 1만 2000원이다. 관람객들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양한 공예 작품과 함께, 예술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와 미래지향적 비전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공예를 매개로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고자 하는 ‘짓는’ 행위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문화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