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머리카락이 치아를 구한다... 치과의사들도 놀란 '모발 케라틴'의 비밀

바른일보 기사 입력 : 2025-06-05 12:22
 경희대학교치과병원 채용권 소아치과 교수가 탈구된 치아의 장기 보존을 위한 혁신적인 저장매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모발에서 추출한 케라틴을 활용해 기존 치아 저장용액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치과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채 교수는 기존에 사용되던 히스티딘-트립토판-케토글루타레이트(HTCM) 용액에 모발 케라틴을 첨가한 혼합 저장매체(hK-HTCM)를 개발했다. 이 혁신적인 접근법은 치아가 외상으로 완전히 빠져나온 '완전 탈구' 상황에서 치아의 생존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농도의 모발 케라틴을 첨가한 6개 실험군과 기존 HTCM만 사용한 대조군을 비교하는 체계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0.25% 농도의 hK-HTCM 용액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 농도에서는 세포 독성이 낮게 유지되면서도 세포 주기 조절 기능이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간 치주인대세포의 세포 노화를 방지하고 생존력을 유지하는 데 모발 케라틴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치주인대세포는 치아를 잇몸뼈에 연결하는 중요한 조직으로, 탈구된 치아의 재식립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채 교수는 "기존에는 완전 탈구 치아를 장기간 보존할 경우 동결건조 방식이 활용됐으나, 해동 과정에서 세포 손상 우려가 있었고, 세포주기 조절에도 한계가 존재했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모발 케라틴 기반 저장매체는 비교적 간편하게 사용 가능하고, 세포 생존력과 기능 유지 측면에서 기존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채 교수는 대한소아치과학회가 주관한 제66회 정기총회 및 종합학술대회에서 신인학술상을 수상했다. 수상 논문의 제목은 '모발 케라틴이 히스티딘-트립토판-케토글루타레이트 기반 저장매체에서 인간치주인대세포의 세포주기 조절에 미치는 효과'(Effects of hair keratin on cell cycle regulation of human periodontal ligament cells in histidine-tryptophan-ketoglutarate-based storage media)이다.

 

이번 연구는 치아 외상 치료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스포츠 활동이나 사고로 인한 치아 탈구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탈구된 치아의 장기 보존 기술 발전은 환자들의 치료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같은 학술대회에서 경희대치과병원 소아치과 류성원 전공의도 '완전히 융합된 이중 치아를 위한 디지털 설계 치아분할술 가이드: 사례 보고'(Digitally Designed Hemisection Guides for Double Teeth with Complete Fusion: Case Reports)를 주제로 발표해 구연 우수 발표상을 수상했다. 이를 통해 경희대치과병원 소아치과가 치과 의료 혁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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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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